개발자
류준열

시키는대로만 하는 팀은 권한없는 책임만 갖게 된다.

무의도 몽돌해변

옛날에 4명이서 지원선발시스템 MVP를 만드는데도 2달이 걸렸는데, 제품 고도화 일정에 1달이라는 일정이 잡혔다. 좀 의아하긴 했지만 이미 고객사와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었고, 뭐 1달 정도 볼륨인가보다 했다.

하지만 말이 고도화였지 그냥 뒤집어엎는것이었다. 다 지우고 만드는것이기 때문에 0에서 만드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소프트웨어 장인정신에서 주인공이 겪었던 사례와 정확하게 같은 일이 나에게도 펼쳐지고 있었다.

  1. 통보받은 일정
  2. 부족한 일정내에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무리하는 개발자와 PO
  3. 쌓여가는 정신적 피로도에 반비례하게 떨어지는 정교함, 안정성

차이점이라면, 나는 미리 결과를 보았고 순응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일 야근하며 일을 했는데도 스프린트 1,2 둘 다 완수하지 못했다.

스프린트 1때는 팀 전체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문제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했고 나름 Action item을 정해서 잘 실천해보았다. 스프린트 2를 진행하는 도중 이 프로젝트는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들었고 PO에게 가서 문제제기를 했다.

다음날 스프린트2 리뷰에서도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 급하게 만든 제품의 잔버그 fix, UX 개선등 고도화를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런식으로 하면 고도화된 버그투성이가 만들어진다.
  • 개발자조차도 버그를 신경쓰지 않고 일정 맞추기에 급급한데 어떻게 안정된 제품이 만들어지겠나
  • 지금 하는 스토리포인트, 마감일 책정등은 현실반영이 전혀 되지 않은 의미없는 행위들이다.
  • 결론은 일감을 줄이던가 일정을 늘리던가 둘중에 하나 선택해야 한다.

다행히도 일정이 조정되었다.

만약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지' 라며 순응하는 자세였다면 아마 이 프로젝트는 망했을것이고 권한없는 책임만 갖게 되었을 것이다.

첫번째 회사인 코드스테이츠를 나오면서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지금 회사를 들어왔는데 다행히도 흉내는 내고 있는 것 같다.